2025년 11월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웡 푹 코트(Wang Fuk Court)’로 불리는 이 단지는 총 8개 동, 2,000여 가구, 4,800여 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고층 주거지다.

불은 리모델링 공사 중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에서 시작돼 빠르게 확산되었고, 최종적으로 사망자 최소 13명 이상, 부상자 15명 이상, 주민 수백 명 대피라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
홍콩 정부는 화재경보 최고 등급인 ‘5급’ 경보를 발령했으며, 이는 2008년 몽콕 화재 이후 처음이다.


사건은 단순한 화재 사고를 넘어, 고층 아파트 구조와 도시 재난 대응 시스템의 복합적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2025년 11월 26일 밤, 홍콩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 야간 화재 현장 전경
2025년 11월 26일 밤, 홍콩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 웡 푹 코트 단지에서 화재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 출처: BBCNEWS 코리아

화재 발생 개요: 리모델링 중 발생한 대형 재난

2025년 11월 26일 오후 2시 50분경, 웡 푹 코트 아파트 외벽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당시 건물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외부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안전망이 발화 지점이었다.

화염은 순식간에 4개 동 이상으로 확산되었고, 고층 구조인접한 건물 간 거리의 협소함으로 인해 진화가 지체됐다.
현장에 투입된 700명 이상의 구조·의료 인력은 맹렬한 불길과 연기로 인해 고층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 1명이 엘리베이터 인근에서 순직했으며, 일부 주민은 고립된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화재가 커진 이유: 비계, 시스템, 구조의 삼중 문제

1. 대나무 비계의 구조적 취약성

홍콩은 건설 현장에서 전통적으로 대나무 비계를 사용해 왔다.
이는 경량·저비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화염에 매우 취약하고 인화 속도가 빠르다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한다.
이번 화재에서 비계는 단순한 발화 지점을 넘어 화재 확산 경로로 작용했다.

홍콩 당국은 2024년부터 공공 프로젝트에서 대나무 비계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예고해왔으나, 이번 사건은 제도적 전환의 시급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홍콩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가 진압 중인 장면
고층 아파트 외벽으로 번진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다수의 소방차가 동원된 모습. 대나무 비계 구조물이 화염을 확산시킨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출처: BBCNEWS 코리아


2. 5급 화재 경보의 무력함

화재 직후 초기 경보는 1급으로 시작됐고, 오후 3시 34분에는 4급, 그리고 오후 6시 22분경 최고 단계인 5급 경보로 격상됐다.
이는 홍콩 정부가 운영하는 공식 화재 경보 시스템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 구조에서 실질적인 대피 안내·경보 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일부 주민은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만약 심야였으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3. 구조 지연과 주거 밀집도

웡 푹 코트는 1983년 완공된 노후 아파트 단지로, 각 동 간 거리가 가까워 화염 전파 속도가 빨랐다.
또한 고층 구조 특성상 소방차와 사다리차 접근이 제한되었고, 구조 요청이 집중되며 구조 동선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화재 발생 직후 인근 학교가 대피소로 전환되고, 관광버스를 통한 대피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재난 대응의 속도와 정확성 면에서 시스템적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 고층 아파트는 안전한가?

홍콩의 화재 사건은 한국 고층 주거 구조와 상당 부분 유사성을 갖는다.
서울·수도권의 대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빈도, 외벽 자재 문제, 대피 시스템 등의 구조가 유사하다.

특히 고층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아래층 대피로가 막히면 구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한국에도 명확한 경고 신호를 제공한다.

또한 일부 오래된 단지에서는 여전히 화재경보기, 스프링클러, 대피 유도 시스템이 미비한 곳이 존재하며, 건축·소방 법령과의 간극 역시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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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도시 안전의 기준은 ‘경보’가 아니라 ‘구조’다

이번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는 도시 안전 체계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눈에 보이는 경보 등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이 났을 때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 설비, 대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는 점이다.

대나무 비계와 같은 전통적 자재 사용 관행, 노후 건물의 리모델링 중 안전관리 미비, 복잡한 고층 구조 속 대피의 어려움 등은 결코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층 건물이 늘어나는 도시화 속에서, “경보를 올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사회 현상을 해설하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집단·정책·이념에 대한 가치판단을 의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