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총리로서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비공개로 사과했다.

사과의 배경은 단순하지 않다. 온타리오주에서 송출한 관세 비판 광고가 트럼프의 격분을 불러오며 미-캐나다 간 무역 협상이 전면 중단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은 하나의 지역 광고가 양국 외교에 영향을 미친 보기 드문 사례로, PR 메시지와 외교적 언어, 정치적 상징이 충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이 문제였고, 사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고 이후의 관계는 어디로 향할까.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공식 세션 중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카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비공개 대면 사과를 전했다. 출처: 한겨레신문

관세 광고 하나가 촉발한 외교 갈등

광고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제작했다.
60초 분량의 이 TV 광고는 보호무역의 부작용을 경고하며,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했던 발언을 인용했다.

레이건은 라디오 연설에서 “관세는 미국인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이에 트럼프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자신의 소셜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가짜 광고이며, 기만적인 편집”이라며 즉시 캐나다와의 무역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캐나다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마크 카니 총리의 대면 사과, 그 의미

광고는 캐나다 연방정부가 아닌 온타리오 주정부의 주도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 카니 총리는 외교적 책임자로서, APEC 회의 기간 중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비공식적 대면 사과를 전했다.

그는 사후 인터뷰에서 “광고 송출 전, 온타리오 주지사에게 중단을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차원의 개입은 제한적이었지만, 외교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과에 나선 것이다.

이 사과는 단순히 트럼프의 기분을 달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미 중단된 무역 협상의 재개 가능성을 열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로 읽힌다. 하지만 트럼프는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하면서도, 협상 재개에는 선을 그은 상태다.


미-캐나다 관계의 신호인가, 해프닝인가

이 사건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주정부와 연방정부 간의 메시지 조율 실패가 외교적 문제로 이어진 사례이다. 캐나다 내 정치 구조와 권한 분배의 현실이 외교 현장에서 드러났다.

둘째, 정치적 상징의 재해석 문제이다. 레이건은 미국 보수주의의 아이콘으로, 그의 메시지를 인용한 광고는 트럼프 진영 입장에서 ‘금기’를 건드린 셈이다.

셋째, 공식 외교 무대에서 비공식 사과가 갖는 의미이다. APEC이라는 다자 외교의 틀 안에서 대면 사과가 이루어졌다는 점은, 메시지의 강도나 시점 모두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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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정치 메시지에서 외교까지, 경계는 흐려졌다

이번 사안은 하나의 지역 광고가 어떻게 국제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세라는 통상 이슈, 레이건이라는 상징, 그리고 트럼프의 정치적 반응이 뒤엉킨 사건이다.

사과는 있었지만, 무역 협상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다.
관세와 보호무역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캐나다 총리의 사과는 그 일시적인 정지선일 뿐이다.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니라, 글로벌 정치와 커뮤니케이션이 맞닿는 현대 외교의 복잡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객관적 외교•정치 커뮤니케이션 사건을 해설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사실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모든 인용은 언론 보도에 기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