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영국 왕실은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이자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에게서 '왕자' 칭호를 박탈한 것이다.
이는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루, 미성년자 성범죄 의혹이 재점화된 데 따른 조치였다.
왕위 계승 서열은 유지됐지만, 사실상 공적 왕실 인물로서의 지위는 완전히 상실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스캔들로 그치지 않았다.
영국 내 군주제 존폐 논란, 왕실 제도의 투명성에 대한 질문, 정치권의 제도 개편 요구까지 촉발하며 왕실이라는 제도 자체의 기능과 정당성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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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드루 왕자, 작위 박탈 전 영국 왕실 행사에 참석한 모습. 왕자 칭호는 2025년 10월 공식적으로 박탈되었다. 출처: BBCNEWS 코리아 |
칭호 박탈의 배경: 엡스타인 사건과 앤드루 왕자
앤드루 왕자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다르다.
그가 연루된 인물은 미국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며, 핵심 피해자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사후 회고록에서 앤드루 왕자와의 성적 접촉을 3차례에 걸쳐 재확인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는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왔지만, 엡스타인과의 관계는 2011년 이후에도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윈저 로열 로지에 엡스타인을 초대했던 사실도 재조명됐다.
왕실의 대응: 칭호 박탈과 퇴거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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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저 로열 로지, 앤드루 왕자가 2003년부터 거주하던 영국 왕실 자산. 작위 박탈과 함께 퇴거 조치가 내려졌다. 출처: BBCNEWS 코리아 |
2025년 10월 30일, 찰스 3세는 공식 성명을 통해 앤드루 왕자의 '왕자' 칭호, 요크 공작, 기타 백작 칭호, 훈장 등을 모두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윈저 로열 로지에서 퇴거해 샌드링엄 저택의 별도 사유지로 이주하게 되었고, 해당 주거 비용은 찰스 3세가 사적으로 부담한다고 알려졌다.
이와 함께, 왕실은 모든 학대 피해자들을 지지한다는 문장을 공식 발표문에 포함시켰다.
정치권은 더 나아가, 왕위 계승 서열 8위에 있는 앤드루를 서열에서 완전히 제외하자는 법안 발의를 요구하고 있다.
영국 사회 반응: 군주제에 대한 질문으로 번지다
이번 사건은 개인 스캔들에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 언론과 여론은 곧 군주제 자체의 존립에 대한 의문으로 전선을 확장시켰다.
1983년까지만 해도 군주제를 지지한 비율은 86%였으나, 2024년에는 51%로 하락했고, 폐지 찬성 여론도 15%까지 상승했다.
BBC, 텔레그래프 등 주요 언론은 “왕실도 대중의 신뢰를 잃으면 무너진다”고 평했다.
왕실의 정치적 중립성과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제도적 함의: 100년 만의 작위 박탈, 그 의미는?
영국 왕자가 작위를 박탈당한 건 191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어니스트 아우구스투스 왕자가 독일 편을 들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번 앤드루 사건은 도덕적 기준을 근거로 작위 박탈이 이루어진 드문 사례이며, 왕실이 단지 혈통이나 의전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장기적으로 왕위 계승 제도, 작위 부여 기준, 왕실의 공적 기능 전반에 걸친 재검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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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Insight): 왕실 제도의 경계, 그 균열의 시작
앤드루 왕자의 작위 박탈은 단순한 형식적 조치가 아니다.
왕실이라는 제도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에 대한 경고다.
과거의 은폐와 무시가 통하지 않는 시대, 왕실 역시 공적 시스템으로서 신뢰, 책임, 윤리적 기준을 갖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군주제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더라도, 그 외피를 다시 디자인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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