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대기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실제 장기기증자의 수는 오히려 감소세다.

의료진이 심정지 장기기증자에게 헌화하며 예우를 표하는 장면
의료진은 장기기증자의 결정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이 장면은 DCD 기증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헬스경향

특히 뇌사자 장기기증에 의존해온 기존 체계는 이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정부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심정지 사망자’도 장기기증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2025년 10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은 이 제도의 전환점을 예고한다.
이번 글에서는 제도 도입의 배경, DCD 방식의 구조, 기대 효과와 과제를 분석한다.


제도 변화: 뇌사 중심에서 '심정지 기증'까지 확대

국내 장기기증 체계는 지금까지 ‘뇌사 상태’에서의 기증만 허용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 상태에서 사망한 환자도 장기기증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이 방식은 **DCD(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순환정지 후 기증)**로 불리며, 이미 미국·스페인 등 장기이식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DCD 기증자가 인구 100만명당 27.71명으로, 뇌사 기증자(26.22명)를 넘어섰다.

한국 정부 역시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증가하는 반면, 뇌사자 기증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20년 뇌사 기증자는 478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397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 3000여 명에서 5만 4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DCD 방식: 어떻게 작동하는가

DCD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할 때 가능하다.
  1. 환자가 생전 연명의료 중단과 장기기증에 모두 동의했을 것
  2.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 상태(심장이 멈춘 상태)를 확인
  3. 심정지 후 일정 시간(약 5분) 경과를 확인한 뒤 장기 적출 시행
이는 생명의 연장을 중단하는 의료적 결정과 장기기증이 하나의 연계된 절차로 작동하게 되는 구조다.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장기이식법 및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연명의료 중단부터 장기 적출까지의 DCD 장기기증 절차 흐름도
연명의료 중단, 가족 동의, 심정지 판정 등을 포함한 DCD 절차의 전체 흐름. 정책 도입을 위해 법 개정도 병행 중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향후 고숙련 의료기관에서 DCD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하고, 임상 가이드라인 및 윤리 기준도 병행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 수급 해소를 위한 5개년 로드맵

보건복지부는 제1차 장기기증 및 이식 종합계획을 통해 5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 등록기관 확대: 2024년 462개소 → 2030년 904개소 목표
  • 희망 등록률 제고: 2024년 3.6% → 2030년 6.0%
  • 장기 수급 확대: DCD 도입으로 연간 약 700건 추가 기증 기대
  • 기증자 예우 강화: 장제비•의료비 지원 제도 개선, '기억의 벽' 설치 등
  • 의료기관 업무 개선: 전자의무기록(EMR) 기반 통보 시스템 정비
특히 등록기관은 주민센터, 도로교통공단 지사 등으로 확대해 시민이 일상 속에서 장기기증을 등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DCD 도입의 기대와 한계

DCD 방식의 도입은 단순히 수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윤리적으로 연명의료와 장기기증의 연결성을 인정하고, 사망 이후의 생명 나눔을 제도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기증의 일상화’라는 문화적 변화와도 연결된다.

다만 우려도 있다.
심정지 상태 판단의 정확성, 유족의 동의 문제, 의료진의 윤리적 부담, 법적 오해 가능성 등은 제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향후 기증자 가족을 위한 심리적 지원 체계, 의료진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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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Conclusion)

심정지 상태에서도 장기기증이 가능해지는 제도 변화는 한국의 장기이식 체계를 근본적으로 확장하는 시도이다.
이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사회문화·국민 인식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적 변화이다.

정부는 장기이식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DCD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수치적 기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국민적 신뢰 확보와 제도적 정교함이다.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기증 절차의 투명성과 윤리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어야 한다.

장기기증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선택이다.
이번 제도 변화는 그 선택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첫걸음에 가깝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보건복지부 정책 발표(2025.10.16)를 기반으로 작성된 해설 콘텐츠입니다.
제도 세부 요건은 변동 가능하므로, 최종 내용은 정부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