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미국 백악관에서 전례 없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부터 구상해온 대형 연회장 신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백악관 동쪽에 위치한 **이스트윙(East Wing)**이 철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공사는 단순한 공간 확장이 아니다.
공사 규모는 약 8,361㎡, 수용 인원은 최대 999명, 예산은 약 2.5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모든 대통령이 꿈꿨던 공간”이라 주장하며, “국민 세금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 절차 미준수, 기부자 투명성, 역사 보존 훼손 등을 두고 미국 내부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 이스트윙 철거 현장 사진
2025년 10월, 철거 중인 백악관 이스트윙 외벽.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회장 건설 추진에 따라, 백악관 동측 구조가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변경되고 있다. 출처: X

백악관 구조, 80여 년 만에 처음 흔들리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연회장은 기존 백악관 내 어떤 공간보다 큰 규모의 독립 볼룸이다.
현재 철거 중인 이스트윙은 전통적으로 영부인의 공식 공간이자, 대통령 비서진과 국가 안보 인력이 사용하는 업무 공간으로, 1942년 이후 별다른 구조 변경 없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트럼프 측은 이 공간을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연회장을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백악관은 1948년 이후 가장 큰 외형 변경을 맞게 된다.

문제는 이 공사가 백악관 관련 개발을 총괄하는 **국가수도계획위원회(NCPC)**의 공식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적 절차 없이 공사를 강행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과 전직 백악관 관계자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999명 수용 연회장, 그 숫자에 담긴 메시지

이번 연회장은 최대 999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설계됐다.
트럼프는 “1,000명을 넘기면 또 뭔가 말이 나올까 봐 999로 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농담처럼 보이지만, 미국 정치에서 숫자와 상징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공공 시설에서 특정 규모 이상일 경우 적용되는 추가 법적 기준이나 규제를 의식한 행보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존 백악관 이스트룸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약 100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번 연회장은 그 규모만으로도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공간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세금 0원'이라지만... 기부금 조달 방식의 문제

트럼프는 연회장 건설에 국민 세금은 단 1달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신, 개인 자산과 기업 기부를 통해 공사비를 조달 중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윤리적 문제가 있다.
백악관은 정부 기관이자 공공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기부금으로 신축하고, 고액 기부자에게 행사 초대 및 공간 접근이라는 특혜를 제공하는 행위는 공공성 침해 소지가 크다.

게다가 백악관 측은 아직까지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 자금의 변형'이라는 의혹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재무부의 '사진 금지령', 공공 감시도 막혔다

공사의 민감성이 커지면서, 미국 재무부는 현장 사진 촬영과 공유를 금지하라는 내부 지침을 발송했다.
이른바 ‘깜깜이 공사’라는 비판이 여기서 비롯됐다.

공공 공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구조 변경에 대한 감시와 기록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서 이를 사전에 차단한 정황은, 투명성과 책임성이라는 원칙과 충돌한다.

민주당 일부 의원과 백악관 내부 전직 관계자들은 이 같은 지시를 “권력에 의한 입막음”으로 규정하며, 내부고발이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역사적 공간의 철거, 공간 해석의 충돌

백악관은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니다.
미국 민주주의와 정권 교체의 역사를 상징하는 정치적 유산이다.

이스트윙은 현대 백악관의 상징적 구성을 완성한 공간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민 접근성과 기능 분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를 허물고 새로운 ‘볼룸’을 신축하는 결정은, 백악관의 정체성을 사적으로 재구성하는 트럼프식 공간 정치의 전형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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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공공 공간을 해석하는 권력의 방식

이번 사안은 한 인물의 공간 취향이나 정치적 연출을 넘는다.
백악관이라는 미국의 핵심 정치 공간이 개인의 권위와 브랜드 확장을 위해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원칙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

연회장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통해 누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이다.
‘999명 수용’, ‘세금 0원’, ‘기부자 우대’라는 메시지는, 트럼프 정치의 핵심 방식—상징 조작과 권위 과시, 그리고 공간 장악—을 다시금 드러낸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인테리어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공간을 해석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