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특별검사 수사에서 중대한 분기점이 나왔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같은 날 청구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다수 고위 관계자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구속 여부를 넘어, 법원이 수사 외압과 지휘 책임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동시에, 특검 수사의 정당성,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이어지는 수사 구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구속과 기각, 무엇이 갈랐나

서울중앙지법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해병대 장병들에게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수색 통제권이 이미 육군 50사단으로 이관된 상황에서도, 실질적으로 현장 지휘를 했다는 정황 진술도 확보됐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구속영장 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됐다. 사진은 구속영장 심사 후 법원에서 나오는 모습. 출처: 뉴스1

반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주요 혐의에 대해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 피의자의 진술 태도, 이미 확보된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 사건 이첩 방해, 조사본부 개입 등 다수의 수사외압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 수사의 딜레마

이번 영장 기각은 특검 수사에 분명한 타격을 입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채상병 사건 초기,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는 것이 맞느냐”고 언급한 점이 수사 외압의 정점으로 지목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 인물 구속에 실패하면서, 수사 동력 자체가 약화된 상황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휘책임과 수사 외압, 법의 기준은 달랐다

임 전 사단장의 구속은 군 지휘체계에서 책임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군 사고에서 명확한 책임자 처벌이 어려웠던 과거와 달리, 이번 사건은 지시의 구체성, 현장 개입 정황, 증거 인멸 우려 등 실질적인 요소들이 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사 외압과 관련된 혐의들은 문서의 유효성, 명령 체계, 직권남용의 기준 등 복합적인 법리 해석이 요구됐다.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공방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불구속 원칙을 우선하는 기준이 작용한 셈이다.

이처럼 법적 책임이 ‘지휘에 의한 물리적 행위’에는 명확하게 적용되는 반면, ‘지시 또는 방해에 의한 조직적 개입’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정책적 시사점: 군 사고에서 정치적 수사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군 내부 사고를 넘어, 수사 외압과 고위공직자 개입, 제도적 허점까지 함께 논의되는 복합 이슈다.

특검은 7월 출범 이후 약 3개월간 200명 이상의 관계자를 조사하고,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실제 구속에 이른 인물은 임 전 사단장 단 한 명이었다.
이는 현실적인 수사 한계를 드러낸 동시에,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 핵심 인사에 대한 조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수사의 연속성과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새로운 증거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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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사법 판단의 한계와 수사의 과제

채상병 특검은 단지 한 건의 사고를 수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군 지휘체계의 구조적 문제, 정치권의 수사 개입 가능성, 그리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책임 규명 등 다층적인 쟁점을 다뤘다.

이번 결정은 실질적 지휘 행위에 대해선 강한 법적 잣대가 적용되는 반면, 조직적 외압과 정치적 개입에 대해선 법의 문턱이 높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정책적으론 특검제도의 실효성과 제도 보완 필요성, 법적으론 고위직 수사 기준과 법리 해석의 일관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정책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실제 판단이나 해석은 관련 기관의 공식 발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