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두 개의 석탑이 국보로 승격되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과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각각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62년 만에 그 지위를 높였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문화재 등급 조정이 아니라, 고려 석탑의 편년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조형적 완성도를 재평가한 결과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석탑이 통일신라의 조형 전통과 고려 초기의 새로운 양식을 동시에 보여주는 유산으로서, 학술적·예술적·역사적 가치를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의 구조와 양식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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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 10세기 중반 조성된 고려 초기 석탑으로, 통일신라 양식을 계승하면서도 고유의 조영기법을 보여준다. 출처: 아시아경제 |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광종 시기인 10세기 중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국사 탄문이 보원사에 머물던 시기에 불탑을 조성했다는 ‘법인국사탑비’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단은 2층 구조이며, 아래층에는 사실적으로 조각된 사자상, 위층에는 유려한 팔부중상이 배치되어 있다.
탑신은 5층 구조로, 위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체감이 적용되어 안정된 비례감을 형성한다.
옥개석은 4단의 낮은 받침 구조로, 고려 석탑에서 처음 등장한 치석 수법이 반영되었다.
이는 통일신라의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고려 고유의 조형방식을 도입한 과도기적 사례로 평가된다.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의 명문과 불교 조각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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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1011년 완공되었으며, 석탑의 건립 과정과 당시 사회상을 담은 190자 명문이 새겨져 있다. 출처: 아시아경제 |
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은 고려 현종 2년, 즉 1011년에 완공되었다.
탑신에 새겨진 190자 분량의 명문에는 석탑 조성의 전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1010년 공사를 시작해 소 1천 마리, 인력 1만 명이 동원되었으며, 이듬해 4월 8일에 완공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기단 하부에는 십이지신상이, 상부에는 팔부중상이 새겨져 있으며, 탑신에는 금강역사상이 배치된다.
이러한 구성은 불교 교리의 상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다른 고려 석탑에서는 보기 드문 독창성을 보여준다.
복식, 자세, 배치 모두에서 고려 초기 불교 조각의 정교함과 상징성이 집약되어 있다.
고려 석탑의 형식과 기준이 된 두 유산
두 석탑은 모두 ‘편년 기준 석탑’으로 불릴 만큼, 고려 석탑의 형성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서산 오층석탑은 조형 기법의 과도기적 특성을, 예천 오층석탑은 역사적 기록성과 불교 상징 체계를 각각 보여준다.
이번 국보 승격은 단순한 보존 가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화재 정책 차원에서 두 석탑은 지정 기준의 구체적 사례로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고려 석탑 해석의 기준점을 제공하게 된다.
또한,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기로 이어지는 석조미술의 변화를 시계열로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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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국보란 무엇인가,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국보는 단지 오래되거나 보기 드문 유산이 아니라, 한 시대의 미감·기술·사상을 집약한 기준점이다.
서산과 예천의 오층석탑은 고려 석탑의 ‘형식’과 ‘기록’ 양 측면에서 이 기준을 충족시켰다.
하나는 조형의 전환기적 미감을, 다른 하나는 기록의 정교함을 통해 시대의 흔적을 전달하고 있다.
이번 국보 승격은 두 유산이 단지 보존 대상이 아닌, 역사적 해석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재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구조물이다.
국보로 지정된다는 것은 그 구조가 하나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며, 바로 그 기준이 오늘 우리가 다시 바라봐야 할 ‘문화의 렌즈’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이 글은 국보 지정 정책과 문화재 제도에 대한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정 요건이나 해석의 세부 내용은 국가유산청의 공식 고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교·사상에 대한 가치 판단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국보 지정 정책과 문화재 제도에 대한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지정 요건이나 해석의 세부 내용은 국가유산청의 공식 고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교·사상에 대한 가치 판단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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