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는 문헌 아닌가?”
이 한 문장이 정국을 흔들었다. 2025년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자리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과 학계의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발언의 맥락, 의도, 그리고 그로 인한 논쟁은 단순한 역사 해석을 넘어서 국정철학과 정책기관의 정체성 논의로 확장되었다.


환단고기는 오랜 기간 ‘위서’로 평가돼 온 문헌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진위보다 ‘왜 대통령이 이 문헌을 언급했는가’라는 정치적 물음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통령실의 해명과 야권의 반발, 역사학계의 입장까지. 이번 논란은 우리 사회가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공적 책임의 무게를 다시 묻게 만든다.

이재명 대통령 환단고기 발언 장면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자리에서 환단고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한겨레신문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무엇이 문제였나

이재명 대통령은 동북아역사재단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환빠 논쟁이 있지 않냐. 환단고기는 문헌 아닌가?”

해당 발언은 역사학계와 정치권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환단고기’는 주류 사학계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문헌이며, 학계는 이를 유사역사학 기반의 위서로 간주해왔다. 대통령이 이 문헌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학문적 신뢰성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야권은 “역사 인식을 의심하게 된다”는 논평을 냈고, “반지의 제왕도 역사냐”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질문을 넘어 공인된 역사 해석의 기준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자극했다.


‘환단고기’란 무엇인가

환단고기 본문 이미지
환단고기는 1979년 유사역사학자 이유립에 의해 출간된 문헌으로, 주류 학계에서는 위서로 간주한다. 출처: 위키트리

‘환단고기’는 1979년 유사역사학자 이유립에 의해 출간된 문헌이다.
그는 계연수가 1911년에 쓴 원고를 자신이 정리했다고 주장했으나, 출처·연대·형식 등에서 검증되지 않아 주류 학계에서는 위서로 분류한다.

이 책은 고조선 이전에 존재한 환국, 배달국 등을 서술하며, 한민족이 유라시아를 지배했다는 식의 초민족주의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로 인해 이 문헌은 오랜 시간 ‘환빠’라고 불리는 일부 집단의 신념 근거가 되었고, 학문보다는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수용 방식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이번 발언으로 인해 환단고기라는 문헌 자체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대통령 언급이 유사역사학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의 해명: “동의도 지시도 아니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확산되자 즉각 입장을 내놓았다.
김남준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연구를 지시하거나 환단고기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역사 논쟁을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은 ‘독도’, ‘위안부’, ‘친일 협력’ 문제처럼 민감하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연구기관이 명확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다시 말해, 문제가 되는 문헌일수록 더욱 공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적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발언의 정치적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적 리더십이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면, 그 혼란은 결국 국민의 몫”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사역사학 논란, 다시 수면 위로

환단고기 발언은 단지 대통령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유사역사학과 주류사학 간의 갈등 구조를 재점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국가기관의 수장인 대통령이 이 문헌을 언급함으로써, 학문적 논쟁이 아닌 사회적 신뢰 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환단고기를 지지하는 일부 단체들은 이를 계기로 정당성을 얻고자 시도할 수 있다.
반대로 학계는 “국가 수반이 위서를 언급하는 행위 자체가 학문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본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미래 방향을 규정하는 기준이다. 그렇기에 공적 발언으로서 ‘환단고기’는 단순한 예시 이상으로 읽힌다.

‘질문’으로서의 발언, 그 한계와 책임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질문’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공적 문맥에서 나온 것이라면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특히 역사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주제를 다룰 때는 더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질문은 정책기관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책기관의 중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역사학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공공 리더십은 말의 무게를 알고 사용해야 한다. ‘문헌 아닌가’라는 한 문장이 만들어낸 파장은 그 이상의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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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환단고기 논쟁이 드러낸 본질은 무엇인가

이번 논란은 환단고기의 역사적 진위보다도, 대통령 발언이 지닌 구조적 의미와 그 파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단지 질문을 던졌다고 말하지만, 공인의 발언은 질문 그 자체도 정치적 해석 대상이 된다.

그 질문이 환단고기였다는 점은, 역사 해석의 기준과 유사역사학의 사회적 위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이번 사건은 정책기관이 얼마나 독립성과 학문적 기준을 갖추고 있는가, 정치적 리더십이 역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남긴다.

국가는 역사 위에 서 있다.
그렇기에 국가 수반의 역사 인식은 곧 그 국가의 방향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발언은, 그 어떤 것보다 신중해야 한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사회 현상을 해설하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집단·정책·이념에 대한 가치판단을 의도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