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서울회생법원은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의 결정이다.
법원은 “청산 가치가 사업 지속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했고, 회생계획안은 끝내 제출되지 못했다.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은 단순한 기업의 실패가 아니다.
티몬·위메프 사태로 이어진 ‘큐텐 그룹의 연쇄 부실’ 속에서, 한국 전자상거래 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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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터파크커머스 본사 외벽 전경. 출처: 일요신문 |
회생 절차의 끝, 그리고 파산의 공식 선언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025년 12월 16일 오전 11시 10분, 인터파크커머스의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파산을 선고했다.
이는 법원이 이미 12월 1일자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데 따른 공식 후속 조치다.
법원은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할 때보다 청산할 때의 가치가 더 크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한 2024년 11월 1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인터파크커머스는 내년 2월 20일까지 채권 신고를 받고, 3월 17일 채권자 집회와 채권 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파산관재인은 채권액을 확정하고, 확보된 자산을 환가해 채권자에게 비율에 따라 배분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회생 실패 절차의 전형적 과정이지만, 문제는 이번 사례가 ‘한 기업의 종결’을 넘어 산업 전체의 구조 신호로 읽힌다는 점이다.
큐텐 사태의 연쇄 반응: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Qoo10) 그룹 산하의 국내 이커머스 법인이다.
이 그룹은 2024년부터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 2024년 7월: 위메프에서 약 1조원 규모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 발생
- 2024년 8월: 인터파크커머스, 유동성 악화로 회생절차 신청
- 2025년 11월: 위메프 파산 선고
- 2025년 12월: 인터파크커머스 파산 확정
반면 티몬은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어 회생 절차를 마무리했다.
같은 위기를 맞았지만 다른 결과를 낸 세 기업의 대비는, 전자상거래 산업의 ‘구조적 양극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자본잠식이 깊어진 기업들은 신규 투자와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는 신뢰 붕괴로 이어졌다.
이는 단기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산 구조 자체의 시스템 리스크였다.
‘미정산 사태’가 만든 신뢰 붕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근간은 신뢰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고 정산받는 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2024년 큐텐 계열 플랫폼에서 벌어진 대규모 미정산 사태는 이 기본 신뢰 구조를 무너뜨렸다.
약 5만 명의 셀러가 대금 지급을 받지 못했고, 일부는 판매 중단과 폐업까지 이어졌다.
이로 인해 큐텐그룹의 계열사 전반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으며, 회생 신청 후에도 실질적 인수자 확보 실패로 회생 가능성이 사라졌다.
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확하다.
“계속기업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높다.”
즉, 구조 개선이나 신뢰 회복을 통한 회생보다는 자산 매각과 청산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전자상거래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
이번 파산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재무 실패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전자상거래 산업의 고질적 구조 리스크가 있다.
- 정산 주기 불투명성 – 대금 지급일이 지연되거나 변경되며, 셀러의 현금 흐름이 불안정
- 과도한 마케팅 비용 – 수익보다 높은 마케팅 지출이 지속, 영업 손실 심화
- 플랫폼 간 가격 경쟁 과열 –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
- 외부 투자 의존 구조 – 신규 자금 유입이 끊기면 즉시 유동성 위기 발생
이 네 가지 요인이 반복되며, 한국형 이커머스 구조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큐텐 계열의 사례는 “글로벌 플랫폼 자본이 진입했지만 국내 정산·법제·시장 신뢰의 구조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의 신호, 그리고 다음 단계
인터파크커머스 파산은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다.
대형 플랫폼 중심의 시장 구조는 한계에 도달했고, 이제는 정산 안정성과 신뢰 회복을 중심으로 한 산업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전자상거래 정산보증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소형 플랫폼은 신용평가·에스크로 구조 강화 등 위험 관리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성장 중심의 전자상거래 산업이 신뢰 중심의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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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회생 실패의 끝에서, 구조적 교훈을 읽다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은 단순한 기업의 종말이 아니라 산업 신뢰의 붕괴가 남긴 경고음이다.
큐텐 그룹의 연쇄 위기 속에서 나타난 ‘미정산 리스크’는 전자상거래 구조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1년 4개월의 회생 실패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성장은 신뢰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이 사건이 보여준 것은 한국 이커머스 산업이 더 이상 “규모의 경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확장’이 아니라 ‘복원’이다.
신뢰, 구조, 정산 시스템 - 이 세 가지를 다시 세우지 않는다면 다음 파산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사회 현상을 해설하기 위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기업·집단·이념에 대한 가치판단을 의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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