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재가동이 결정됐다. 1983년 가동을 시작해 2023년 설계 수명이 만료된 이 노후 원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으로 2033년까지 다시 운전하게 됐다. 이 결정은 단순한 원전 수명 연장이 아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 규제 시스템, 그리고 사회적 신뢰에 대한 복합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는 국내 전력 수급뿐 아니라, 탈탄소 전략과도 밀접히 연결된다. 하지만 고리 2호기의 경우, 안전성, 경제성, 절차적 정당성 등 여러 쟁점을 둘러싼 논란이 동시에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기술이 뒷받침된 결정”이라 평가하는 반면,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절차가 부족하고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리 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 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정책적 의미와 사회적 논점을 정리한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외부 전경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두 번째 원자력발전소로, 현재 수명 연장을 통해 2033년까지 가동이 승인됐다. 출처: 한겨레신문

고리 2호기, 왜 다시 가동되는가

2025년 11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224회 회의에서 고리 원전 2호기의 계속운전을 표결로 승인했다.
이로써 2023년 4월 설계 수명이 만료되며 가동이 정지됐던 고리 2호기는 2033년까지 10년간 추가 운전할 수 있게 됐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장수 원전 중 하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한 가압경수로 방식이며, 출력은 685MW로 최신 원전의 절반 수준이다.

한수원은 2022년 계속운전을 신청했고, 약 3년간 안전성 평가 및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가 이뤄졌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 2월 재가동을 목표로 하는 설비 개선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논란 ① 안전성: "정말 괜찮은가"라는 질문

수명 연장 승인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안전성 평가의 기준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내부에서도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에 적용되는 문구 해석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 1980년대에 설계된 이 원전이, 현재의 기술 기준을 충족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위원은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을 평가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인근 지역의 환경 변화나 최신 기술 기준의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수원 측은 “과거 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해 박천홍 위원(전 한국기계연구원)은 “수명 연장 관련 기술자료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안전성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기술 전문 위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표결로 결정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논란 ② 경제성: 연장해도 손해라는 분석

수명 연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고리 2호기의 재가동은 실질적 가동 기간이 7년 수준이며, 전력 판매 단가, 예상 이용률 등을 감안할 때 약 1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같은 부지 내에서 신고리 5·6호기가 신규 가동을 앞두고 있어, 중복 운영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수명 연장이 과연 국가 재정이나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타당한 결정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 ③ 절차와 공론화: 시민사회는 왜 반발하는가

원안위 회의 중에는 시민단체의 시위로 회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 녹색전환연구소 등 탈핵 진영은 이번 결정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 “정부가 국민 안전보다 에너지 공급을 우선했다.”
  • “기술 기준 검토 없이 졸속으로 결정됐다.”
  • “수명 연장이 ‘원전 확대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향후 월성, 한빛 등 다른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 결정 과정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사례는 단순한 시설 재가동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정책 정당성 문제로 확장된 것이다.

수명 연장 결정이 남긴 의미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은 단순한 기술·에너지 이슈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전략, 규제 시스템의 신뢰성, 그리고 사회적 합의 방식까지 가늠하는 기준점이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에너지 안보 중심 전략기술적 정량 평가 기반 의사결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일관성을 가진다. 그러나 동시에, 공론 과정의 부족, 시민의 이해 부족, 경제성 재검토 필요성이라는 비판도 명확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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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기술 결정이 아닌 사회적 결정

수명 연장 여부는 단순히 기계가 "돌릴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돌리는 것이 사회적으로 정당한가”, “신뢰를 얻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 문제는 반복해서 등장할 것이다.
이번 고리 2호기의 사례는, 그 첫 장을 어떻게 썼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정책 해설을 위한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세부 요건과 결정 사항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공식 기관의 최신 발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