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다시 징병제를 꺼내 들었다.
2011년 공식 폐지 이후 16년 만에 징병제가 재도입될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병역 제도 개편안을 통해 2027년부터 18세 남성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의무화하고, 자발적 입대를 전제로 부족한 병력은 추첨을 통해 징집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독일 정치권도 빠르게 방향을 전환했다. 기존 모병제로는 필요한 병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 아래, 징병제라는 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사회적 반발과 병역거부 급증, 이중국적자 대상 논란까지 이어지며, 단순한 병역제도 변경을 넘어 독일 사회 전반의 가치 충돌이 드러나고 있다.

독일 국방군 군인들이 국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
독일군의 상징적인 국기 의식 장면. 징병제 부활 논의 속 변화하는 독일 안보 정세를 시사한다. 출처: 세계일보

독일 병역제도, 왜 다시 징병제로 회귀하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전체 안보구조에 근본적 충격을 줬다. 독일 역시 기존의 '재무장 금기'를 깨고 국방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2022년 슐츠 총리는 1천억 유로 규모의 국방 예산 증액을 발표하며 "전환의 시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 국방부는 자국 병력의 구조적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징병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독일연방군 병력은 약 18만 명 수준으로, 나토가 요구하는 병력 대비 부족하다. 독일 정부는 2035년까지 병력을 26만 명으로 확대하고, 예비군 20만 명을 함께 구성해 총 46만 명 규모의 전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제도 변화의 핵심: 자발성 유지, 강제성 보류

이번에 발표된 제도는 전면적 징병제 복귀라기보다, ‘조건부 징병제’ 또는 ‘부분적 징병제’에 가깝다.
  • 2025년부터 18세가 되는 모든 남녀에게 군 복무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가 발송된다.
  • 남성은 설문 응답이 의무, 여성은 자발적으로 응답 가능하다.
  • 2027년부터 남성 대상 신체검사가 의무화되며, 이 중 자발적 입대자를 우선 선발한다.
  • 자원입대자가 목표 병력에 미달할 경우, 추첨을 통해 일부 대상자를 징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의무 복무는 최후의 수단이며, 우리는 매력적인 복무 모델 설계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 밝혔다.


사회적 반발과 새로운 쟁점들

제도의 추진과 함께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의 급증이다. 독일 연방정부에 따르면, 병역거부 신청은 2021년 201건에서 2025년 들어 3천 건을 넘겼다. 병역제도 복귀에 대한 반발이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이중국적자 징집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2025년 기준, 18세 남성 중 약 17%가 이중국적자이며, 이들에 대한 충성심, 군사기밀 보안 등의 문제로 공론장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출신 이중국적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정치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세대 간 온도차가 두드러진다. Forsa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징병제 도입을 찬성했지만, 18~29세 응답자 중 63%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국제 질서 속 독일의 전략 변화

이번 병역제도 변화는 단순히 인력 충원을 위한 조치가 아니다. 이는 독일이 유럽의 군사 리더십 복원을 목표로 하는 더 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과거 나토 내에서 군사적 소극국으로 평가되던 독일은, 러시아 위협 이후 보다 강경한 입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로 국방비 증액, 무기체계 현대화, 병력 재편 등 전반적인 군사 시스템 재구축이 병행되고 있다.

징병제는 이러한 전략적 전환을 뒷받침하는 한 축으로서, 독일의 안보 자율성 확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징병제 부활이 독일 사회에 남긴 과제

징병제 도입 여부를 떠나, 독일 사회는 이제 군 복무의 의미와 개인 자유, 공동체 안보 사이의 균형을 재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 개인의 신념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방위를 위해 어느 정도의 의무를 요구할 수 있는가?
  • 다문화 사회에서 이중국적자의 병역 의무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가?
  • 자발적 복무를 유도하는 제도적 인센티브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설계 없이 징병제만 추진된다면, 사회적 반발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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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다시 징병제를 논의하게 된 유럽

독일의 징병제 부활 움직임은 유럽이 평화와 안보의 균형을 다시 고민하게 된 신호다. 전후 체제 속에서 ‘군사력의 억제’를 정당성으로 삼아왔던 유럽 주요국들도, 이제는 현실적 방어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징병제가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안보 정책, 세대 갈등, 이민사회 구성 등 현대 국가의 핵심 문제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독일 병역제도 변화에 대한 일반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정책이나 이념에 대한 가치판단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정책 관련 정보는 시행 시기나 법 개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공식 발표를 최종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