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민간 우주 시장에서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이 발생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이 대형 로켓 ‘뉴 글렌(New Glenn)’의 회수에 성공하며, 재사용 로켓 기술의 판도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 임무는 단순한 시험비행이 아니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ESCAPADE를 실은 실전 임무였고, 회수까지 성공함으로써 기술력뿐 아니라 운영 안정성까지 증명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스페이스X가 주도해온 재사용 로켓 시장에 첫 번째 유의미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기술, 시장, 우주 산업의 구조 변화. 이번 회수 성공이 지닌 다층적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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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발사체 뉴 글렌은 이륙 전 NASA ESCAPADE 임무를 준비하며 발사대에 설치됐다. 출처: 한겨레신문 |
뉴 글렌의 회수 성공, 기술적 전환점인가
2025년 11월 13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뉴 글렌 로켓이 발사됐다.
발사 9분 30초 후, 로켓 1단 부스터는 해안에서 약 600km 떨어진 해상 바지선에 수직 착륙하며 회수에 성공했다.
이는 블루 오리진이 1월 첫 발사에서 회수에 실패한 이후, 두 번째 시도만에 얻어낸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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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 회수 중인 뉴 글렌 1단 부스터. 재사용 로켓 기술의 진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출처: 한겨레신문 |
기술적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뉴 글렌은 높이 98m, 지름 7m에 이르는 대형 발사체로, 스페이스X의 팰컨9(70m, 지름 3.8m)보다 크고, 스타십(121m)보다는 작다.
1단 추진체에는 메탄 기반 연료(LNG)를 사용하는 BE-4 엔진 7기가 탑재되었으며, 이는 기존 등유 기반 로켓보다 청정성과 재사용 효율성 측면에서 진보된 형태로 평가된다.
이번 성공은 단지 착륙 기술의 완성도가 아닌, 대형 부스터 회수의 현실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
ESCAPADE 탐사선, 과학 임무와 상징성
뉴 글렌에 실려 함께 발사된 NASA의 화성 탐사선 ESCAPADE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가 개발한 쌍둥이 위성 ‘블루’와 ‘골드’로 구성돼 있다.
두 위성은 일단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점(L2)에서 약 1년간 대기한 후, 2026년 11월 화성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화성에 도착한 이후에는 자기장, 상층 대기, 전리층의 입체 지도를 구축하며 유인 탐사를 위한 사전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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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글렌은 ESCAPADE 탐사선을 실은 상태로 이륙하며 NASA 협력 과학 임무에 참여했다. 출처: 한겨레신문 |
이번 ESCAPADE 임무는 화성 궤도에 이르는 새로운 항법 경로(라그랑주 대기 → 중력 가속 → 전이 궤도)를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크다.
또한, NASA와 민간 기업이 협력한 과학 임무에서 로켓 회수까지 병행되었다는 점에서, 상업 우주발사체의 신뢰성과 전략적 가치가 동시에 검증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스페이스X vs 블루 오리진, 재사용 경쟁 구도의 균열
그동안 재사용 로켓 분야는 사실상 스페이스X의 독점 시장이었다.
2015년 팰컨9 회수 성공 이후, 발사 빈도와 비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해왔다.
하지만 이번 뉴 글렌 회수 성공은 단순한 따라잡기를 넘어, 대형 발사체 회수라는 새로운 기술 축에서 경쟁의 균형을 흔드는 사건이다.
특히 블루 오리진은 이번에 회수한 부스터를 약 90일 내 재정비해 재발사할 계획을 밝혔으며, 이는 스페이스X의 초기 회수–재사용 주기(최초 15개월)보다 훨씬 빠른 템포다.
또한, 아마존이 계획 중인 ‘Amazon Leo’ 위성망 구축 프로젝트는 뉴 글렌을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이며, 이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이 경쟁을 만들고, 경쟁이 산업을 바꾼다
우주 산업의 진화는 단지 기술적 진보가 아닌, 경쟁 구도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블루 오리진의 이번 회수 성공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민간 우주 기업들이 공공 임무를 수행하고 상업적 수익 모델을 갖추는 데까지 기술이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재사용 로켓의 핵심은 단지 회수가 아니라, 회수 이후 얼마만에 다시 쓸 수 있느냐에 있다.
블루 오리진은 이를 입증할 다음 단계를 예고했으며, NASA, 아마존, 민간 파트너십까지 포함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기술 → 시장 → 사용자 → 방향성이라는 흐름 속에서, 이제 경쟁자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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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재사용 로켓 시장, 본격 경쟁의 시작점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회수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이벤트를 넘어선다.
재사용 로켓 시장의 ‘독점 체제’에 최초로 균열을 가한 민간 기업의 등장이다.
이번 임무는 기술력, 안정성, 상업성 모두를 보여줬으며, 화성 탐사, 위성망 구축 등 미래 우주 산업의 다양한 영역에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블루 오리진이 회수–재사용의 반복 주기를 얼마나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
스페이스X와의 차별화된 기술 전략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가.
이제 우주는 기술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전략과 자본, 신뢰를 확보한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되었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우주 산업 및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나 상업적 이익을 의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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