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시장에 대형 파장이 일었다. 2025년 12월, 엔비디아는 AI 추론 칩 스타트업 ‘그록(Groq)’과 20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 거래는 일반적인 기업 인수(M&A)가 아니다.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이라는, 다소 낯선 방식이 선택되었다. 핵심 기술과 인력은 엔비디아로 이동했지만, 그록은 여전히 독립 법인으로 남아 있다.
이례적인 계약 구조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AI 반도체 시장의 전략적 전환을 보여주는 신호다. 왜 엔비디아는 이 방식으로 그록을 선택했을까? 무엇이 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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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는 GPU를 넘어 AI 추론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출처: 한국일보 |
그록은 왜 주목받는가: ‘LPU’라는 새로운 칩 아키텍처
그록은 기존 GPU와는 다른 방식의 칩을 만든다. 이들이 개발한 LPU(Language Processing Unit)는 AI의 ‘학습’보다는 ‘추론’에 최적화된 구조다.
- LPU는 GPU보다 최대 10배 빠른 처리 속도를 제공하며,
- 전력 소모는 1/10에 불과하다.
- 특히 고성능 메모리(HBM)를 사용하지 않기에, 메모리 수급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
이러한 특성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AI 서비스(예: 챗봇, 음성 인식 등)에서 유리하다. 즉,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옮겨가는 AI 시장 변화에 최적화된 칩이다.
왜 인수가 아닌 ‘계약’이었는가: 반독점 시대의 전략
거래 규모만 보면, 인수합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그록 전체를 사들이지 않고, 기술 사용권과 핵심 인력만 이전받는 방식의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방식은 두 가지 전략적 이유에서 도출된다.
- 반독점 규제 회피
- 엔비디아는 이미 GPU 시장의 지배적 기업이다.
- 여기에 AI 칩까지 독점하면, 미국·EU 등의 반독점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비독점 라이선스 구조는 법적 리스크를 피해가면서도, 실질적 효과는 인수와 유사하다.
- 거래 속도와 유연성 확보
- M&A는 승인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 반면 계약은 신속하게 실행 가능하며, 기술 확보를 지체하지 않는다.
이는 최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활용한 신(新) 기술 확보 전략(Acqui-hire + License Deal)과 유사하다.
누가 엔비디아에 왔는가: 핵심 인물의 이적
이번 계약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인력의 이동이다.
- 그록 공동 창업자이자 전 구글 TPU 설계자 ‘조너선 로스’,
- CTO ‘서니 마드라’ 등 핵심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로 이적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기술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만든 사람들까지 확보해 재현 가능성과 지속성을 높인다.
AI 반도체의 구도 변화: GPU에서 LPU로
이번 계약은 기술 생태계 내부에서의 ‘권력이동’을 보여준다.
- GPU는 AI 학습의 중심이었다.
- 이제는 LPU처럼 추론에 특화된 칩들이 주목받는다.
- 구글, 아마존 등도 자체 추론칩을 개발하며 시장에 진입 중이다.
엔비디아는 GPU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LPU 기술을 흡수하고, 자체 칩 개발을 통해 도전장을 내민 경쟁자들을 선제적으로 견제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확보가 아니라, 경쟁 구도 자체를 재설계하는 전략이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거래가 공개된 직후, 월가는 이를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취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 공격: 추론 시장 선점
- 방어: 규제 리스크 회피
- 효율: HBM 회피로 공급망 안정성 확보
또한, 29조 원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록은 법적으로 여전히 독립된 회사다.
이는 향후 재매각·협력·재계약 등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열어둔 형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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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기술은 빠르게 이동하고, 전략은 더 빠르게 진화한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기술 계약이 아니다.
"어떻게 기술을 확보하는가"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전통적인 M&A에서 벗어난 계약 구조는, 기술 중심 시장에서의 새로운 ‘정치’라 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GPU 생태계라는 거대한 제국을 구축한 후, 그 제국이 무너지기 전에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앞으로 기술 경쟁의 본질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흡수하고,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이 글은 AI 반도체 시장 및 기업 전략에 대한 해설을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기업 또는 정책에 대한 가치판단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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