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가 가발을 쓰고 목선을 타며 탈출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2025년,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실제로 그 길을 걸었다.
그녀는 마두로 정권의 감시망을 피해 군 검문소 열 곳을 통과하고, 미 해군 전투기의 엄호 속에 카리브해를 건너 노르웨이에 도착했다.
마차도의 탈출은 단순한 영화적 서사가 아니다.
이는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이 어떻게 국제적 보호망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실제 사건이다.
세계는 지금, 한 사람의 탈출을 통해 노벨평화상이 가진 정치적 상징성을 다시 묻고 있다.
1. 베네수엘라의 ‘감시 아래의 자유’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오랜 시간 베네수엘라 내에서 민주주의 회복 운동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권위주의 통치를 비판하며 야권 연합 지도자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2014년부터 출국이 금지되었고,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이후에는 체포 명령과 구금 위협이 현실이 되었다.
그녀의 수상은 단순한 영예가 아니었다.
노벨위원회는 “권위주의자들이 권력을 장악할 때 저항하는 용감한 시민을 인정하는 상징적 수상”이라고 밝혔다.
즉, 마차도의 노벨평화상은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의 정치 현실에 던진 경고장이기도 했다.
2. 두 달간의 극비 작전
탈출은 철저히 계획되었다.
마차도는 11개월간 은신한 후, 측근들과 함께 두 달간의 비밀 작전을 준비했다.
그녀는 가발을 쓰고 신분을 위장한 채, 카라카스 외곽의 은신처에서 해안 도시로 이동했다.
10개 이상의 군 검문소를 통과한 뒤, 자정 무렵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넜다.
항해는 쉽지 않았다.
강풍과 높은 파도 속에서 항해 속도는 느려졌고, 그 시점은 미국이 마약 밀수 선박을 폭격하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마차도 측은 사전에 미군과 연락해 항로를 통보했고, F-18 전투기 2대가 40분간 베네수엘라 상공을 선회하며 그녀의 이동 경로를 보호했다.
이 장면은 훗날 외신들이 “평화상을 위한 전투기 호위”라고 보도한 상징적 장면이 되었다.
3. 퀴라소를 거쳐 오슬로로
마차도가 탑승한 목선은 10시간 항해 끝에 네덜란드령 퀴라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미군 관계자들이 준비한 전용기가 그녀를 맞았다.
이후 항로는 미국 마이애미를 경유해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어졌다.
![]() |
| 오슬로 그랜드호텔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그녀의 탈출은 권위주의에 맞선 민주주의 투쟁의 상징이 되었다. 출처: 중앙일보 |
악천후로 인해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오슬로의 그랜드호텔 발코니에 서서 “자유를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현지 지지자들은 “자유(Freedom)!”와 “대통령(President)!”을 연호하며 답했다.
4. 국제사회의 개입과 상징
이 사건은 미국의 직접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왔다.
미 해군의 호위가 공식 작전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러 외신(Wall Street Journal, AP, AFP)은 동일한 경로와 시점을 교차 보도하며 미국의 지원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노르웨이 정부 역시 인도적 보호를 인정했고, 노벨위원회는 성명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에게 국제사회는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노벨평화상이 단순한 상징을 넘어, 정치적 보호 체계의 실질적 기능을 수행한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5. ‘자유의 항해’가 남긴 질문
마차도의 탈출은 베네수엘라 내부 정치에도 파장을 남겼다.
마두로 정권은 이를 “미국의 내정 간섭”이라 비난하며 외교 항의문을 보냈다.
반면 야권은 “국제사회가 드디어 우리의 현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동시에 노벨평화상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다.
그 상은 이제 ‘이념적 명예’가 아니라, 실제로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국제적 피난권(symbolic asylum)의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관련 Nysight
인사이트 (Conclusion)
마차도의 탈출은 한 개인의 생존기를 넘어, 21세기 인권 외교의 전환점을 보여준다.
노벨평화상이라는 상징이 국제 네트워크를 움직였고, 그 결과 한 정치인의 생명과 메시지가 보호되었다.
이 사건은 ‘평화상’이라는 추상적 단어가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노벨위원회가 말한 “용감한 자유의 수호자”는, 이제 국제 외교의 언어이자 실질적 행동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평화상이 외교의 언어가 되는 시대”, 그것이 마차도의 탈출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이자,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 참고자료
면책 문구:
본 글은 국제 이슈의 사실 관계를 종합·해설하기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정치적 가치판단이나 특정 세력에 대한 평가를 의도하지 않습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