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는 즉각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으며, NATO는 스페인 소속 전투기를 급파해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차나 훈련 상황으로 해석되기 어렵다. 유사한 사건이 최근 에스토니아·폴란드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리투아니아 영공 침범 사건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의도와 나토의 대응, 그리고 유럽 안보 지형에 끼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분석한다.
유럽 영공에서 벌어진 18초의 침범
리투아니아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0월 23일 오후 3시경(현지 시간), 러시아군 소속 수호이(Su)-30 전투기 1대와 공중급유기 Il-78 1대가 리투아니아 남부 키바르타이 상공을 침범했다.
침범 시간은 18초였으며, 비행 거리는 약 700m로 보고됐다. 러시아군 측은 공중급유 훈련 중 발생한 우발적 진입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이를 고의적 침범으로 간주했다.
NATO는 리투아니아의 요청에 따라, 스페인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를 즉시 현장에 출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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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O 순찰 임무에 투입된 스페인 공군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NATO Baltic Air Policing 작전의 일환으로 리투아니아 상공에서 대응했다. 출처: X |
러시아의 반복되는 전술적 도발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오차가 아니라, 전술적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러시아는
- 에스토니아 영공을 12분간 침범한 MiG-31기 사건,
- 폴란드 상공을 침입한 드론 격추 사건 등
잇따른 도발적 비행을 감행했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은 모두 NATO 회원국으로, 이는 나토 집단방위조항 5조와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를 나토 반응을 시험하거나 내부 결속력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의 국경·방공 경계 피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벨라루스 국경 이슈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칼리닌그라드 뿐 아니라, 벨라루스와도 안보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벨라루스 측에서 밀수 담배를 담은 풍선이 국경을 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고, 리투아니아 정부는 벨라루스와의 국경 폐쇄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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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루스에서 리투아니아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밀수 풍선. 당국은 풍선 내부에 담배 제품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출처: X |
이처럼 리투아니아는 현재 러시아와 벨라루스 양측의 비대칭적·저강도 압박을 동시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NATO 동부 방어라인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나토의 대응 체계와 전략적 압박
러시아의 반복되는 침범은 NATO의 대응 체계를 시험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NATO는 발트 3국에 유럽 각국이 순환 파견되는 발틱 에어폴리싱(Baltic Air Policing) 체계를 운영 중이며, 스페인·독일·폴란드 전투기 등이 순차적으로 대응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실제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NATO가 강경한 군사적 대응에 나서긴 어렵다. 이 점은 러시아가 **회색지대 전략(Grey-zone strategy)**을 구사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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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안보는 물리적 경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 전투기의 리투아니아 영공 침범은 단순한 숫자나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유럽 안보 구조가 명확한 전면전이 아닌, 비가시적인 방식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번 사건은 NATO와 EU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억지력 기반 질서가 더 이상 이전만큼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안보의 개념은 점점 물리적 충돌보다 전략·의도·심리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럽의 국경은 지도상의 선이 아니라, 지정학적 의도가 투영되는 공간이 되고 있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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