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협상과 인질 석방이라는 표면적 진전 이면에서, 가자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하마스는 철수 직후 경쟁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무장 진압과 숙청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이 사망하고, 공개 처형 영상이 퍼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무장 충돌이나 내부 갈등이 아니다.
하마스가 통제력을 재확인하고 가자지구 내 권력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적 정리 작업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의미를 갖는다.
본 글은 해당 사건의 배경과 방식, 하마스의 권력 재편 흐름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도출되는 지역 정치의 함의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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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수 중인 모습. 먼지 속에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출처: AP News |
하마스 vs. 두그무시 가문: 총기 충돌의 표면과 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미국 중재 아래 휴전에 합의하고,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병력을 철수하자마자 가자지구 남부에서 격렬한 총격전이 발생했다.
주체는 하마스 보안군과 가자 내 영향력 있는 가문인 두그무시 일족이었다.
BBC와 동아일보 등 복수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요르단 병원 인근에서 두그무시 일가가 점유 중인 건물에 진입했고, 양측의 충돌로 최소 27명이 사망했다. 현장에 투입된 하마스 병력만 300명이 넘었으며, 주민 수십 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두그무시 가문은 하마스의 정책과 무력 통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비하마스 진영의 상징적 존재다. 이들과의 충돌은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하마스의 통치 주도권 확보 시도로 분석된다.
공개 처형과 숙청: 하마스의 권력 장악 전략
뉴스1과 전자신문이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하마스는 무장 대원들을 동원해 길거리에서 반하마스 인사들을 포박 후 공개 처형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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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스 무장 대원이 반하마스 인사들을 포박해 거리로 끌고 나온 장면. SNS를 통해 퍼지며 국제적 논란이 되었다. 출처: X |
해당 장면은 의도적으로 촬영되어 SNS에 유포되었고, 이는 내부 반대 세력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정치적 시위로 읽힌다.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이를 "하마스가 통제력을 과시하고 가자 내 권력 공백을 선점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또한 하마스는 병원•학교 등 민간 건물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병행했다. 이는 민간 사회를 정치 통치 구조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단기적 위력 시위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
철수 후의 진공: 하마스는 '통치자'로 진화하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부재로 인한 무장 세력 간 충돌이 아니다.
핵심은 하마스가 더 이상 저항세력이 아닌, '실질 통치자'로서의 권력 구조를 확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하마스는 인질 협상과 병행하여 무력 행사를 통해 내부 구조를 정리 중이다. 인질 석방 일부만 이행하고, 무장 해제를 지연하는 동시에 내부 반대 세력 제거에 나서는 방식은 전통적인 권위주의 체제의 권력 장악 과정과 유사하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 및 정치 참여를 요구하지만, 현재의 움직임은 오히려 정치적 군사력 집중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 정세 속 하마스 숙청의 함의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팔레스타인 내부 정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마스는 더 이상 단순한 무장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 행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팔레스타인 자치권 문제에서 하마스의 협상력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중동 평화 프로세스의 불안정성이다.
휴전은 이루어졌지만, 내부는 숙청과 반대 세력 탄압이 진행 중이다. 이는 휴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개입 조건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를 압박하며 "직접 해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으나, 현재 하마스의 반응은 전혀 유화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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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권력은 진공을 싫어한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하마스의 숙청 작전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다.
이는 권력 공백의 정리이자, 통치 주체로 자리잡기 위한 전환 행위다.
하마스는 단기간 내 가자 내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무력 통치 구조를 완성하려 한다. 이는 향후 팔레스타인 내부 정치의 중심축이 어디로 이동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다.
국제사회는 단순히 휴전의 유지 여부가 아니라, 누가 통치할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휴전 이후'의 평화를 논하기 전에, 누구와 평화를 논할 것인가를 되묻고 있다.
📌 참고자료
- 동아일보 - 이스라엘군 철수한 가자지구, 하마스와 휴전반대 가문 총격전 최소 27명 사망
- 뉴스1 - 이스라엘 철수하자 팔레스타인 내전 조짐... 하마스의 '숙청'
- 전자신문 - '평화 협정' 도장 채 마르기도 전에... 하마스, 가자서 공개 처형
본 글은 외신 보도 및 국내 언론 기사에 기반한 정보 분석이며,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입장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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