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정치의 혼란이 다시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10월, 수도 리마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된 구조적 저항의 신호탄이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 청년들이다.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졌던 그들이 거리로 나섰다.

리마 도심을 가득 메운 Z세대 주도 시위대의 행진
페루 리마 중심가에서 열린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의 항공 촬영 장면. 대형 페루 국기가 인상적이다. 출처: X

대통령이 탄핵됐고, 임시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정국은 안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시위는 전방위로 확산됐다.
페루 정부는 결국 수도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지 권력 교체가 아니라, 정치에 실망한 청년 세대가 체제 전반에 대해 던지는 문제 제기에 있다.


페루 시위의 배경: 반복된 정치 혼란과 신뢰 상실

페루는 지난 8년간 7번이나 대통령이 교체될 만큼 정치적 불안정이 일상화된 국가다.
이번 사태의 촉발점은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부패 및 권한 남용 의혹이 핵심이었으며, 청문회와 사법적 절차 없이 의회 표결만으로 퇴진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이던 호세 헤리가 임시 대통령직을 승계했으나, 여론은 그에게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Z세대 시위대는 "그 역시 기득권 체제의 일부"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정치권은 불신의 대상이 됐고, 청년층의 누적된 좌절과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왜 Z세대가 거리로 나섰는가: 무관심에서 직접 행동으로

Z세대는 전통적으로 정치에 냉소적이고 관여하지 않는 세대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페루에서는 그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은 직접 정치와 사회 문제를 목격하고 피해자가 되는 경험을 축적해왔다.
  • 강력 범죄 급증: 2023년 대비 35% 증가한 살인 사건
  • 구조적 부패: 정책 실패와 권력 남용, 투명성 결여
  • 기회 부족: 교육, 취업, 자산 형성 모두에게 격차 심화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행동자’로 전환된 것이다.
"우리는 폭력과 부패에 지쳤다"는 현지 청년 인터뷰는 지금의 상황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위의 전개 과정: 확산, 충돌, 그리고 비상사태

시위는 수도 리마에서 시작됐으며, 쿠스코와 아레키파 등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10월 15일 밤, 의사당 인근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극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청년(32세 래퍼 에두아르도 루이스)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고, 경찰 84명, 민간인 29명100여 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물리적 폭행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정당한 집회에 대한 과잉진압으로 간주했다.

경찰과 직접 충돌 중인 페루 반정부 시위대의 모습
페루 리마 시위 현장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양측 모두 부상자가 발생한 현장. 출처: X

결국 정부는 수도권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단행했다. 이는 군 투입, 영장 없는 수색 허용, 집회·이동의 자유 제한 등을 포함한다.


시위의 의미: 남미 정치 구조에 대한 세대적 문제 제기

이번 사태는 페루 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네팔, 마다가스카르 등에서도 유사한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나타나는 중이다.

이는 청년 세대가 기존 정치 구조에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단순한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중심의 엘리트 체제 그 자체에 대한 불신과 거부를 드러낸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선거와 제도 개혁, 정치 교육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페루 사례는 그 서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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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Z세대는 정치적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페루 시위는 단순한 국가 내부 갈등이 아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청년 세대의 정치적 각성과 참여의 흐름을 상징한다.

거리로 나온 Z세대는 자신들의 삶과 미래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들의 참여는 새로운 정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기존 체제와의 또 다른 충돌을 예고하는 경고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더 이상 조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청년 없음’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