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2026년, 여행은 기술의 진화와 인간의 감정이 만나는 지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AI는 여행의 설계자가 되었고, 인간은 그 안에서 ‘왜 떠나는가’를 다시 묻는다.
팬데믹 이후 5년, 우리는 이제 효율보다 의미, 속도보다 깊이, 편의보다 감정을 중시한다.
그 변화의 흐름이 2026년 여행 시장의 핵심을 이룬다.


AI가 설계하는 여행: 기술의 개인화가 만든 새로운 여정

AI는 이제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다.
트립닷컴과 구글의 공동 리포트 〈Why Travel?〉에 따르면, “여행 계획 도와줘(Help planning my trip)”와 같은 검색량이 전년 대비 190% 증가했다.
이는 여행자가 여행지를 ‘찾는’ 시대에서, AI가 여행을 ‘제안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반 여행 설계는 시간·예산·취향·감정 데이터를 조합해 개인별 맞춤 일정을 생성한다.
Booking.com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 이상이 “AI를 통해 더 자신다운 여행을 찾는다”고 답했다.
이 변화는 여행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선택권을 재정의한다.
여행자가 ‘결정’하지 않아도, AI는 사용자의 성향을 학습해 최적의 경험을 설계한다.

하지만 기술의 편의성은 새로운 문제를 낳기도 한다.
BBC는 AI가 특정 지역의 여행 수요를 집중시켜 오버투어리즘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대리할 때, 여행의 다양성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의 설계가 완벽해질수록, 여행의 우연성은 사라지고 있다.


의미 있는 여행의 부상: ‘왜 떠나는가’에 대한 회귀

트립닷컴의 데이터는 여행의 중심이 “어디로”에서 “왜”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삶의 맥락을 재정렬하는 과정으로서의 여행이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유 있는 여행(Purposeful Travel)’은 문화, 치유, 관계 중심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1. 문화적 탐색형 - 지역 정체성과 전통을 체험하는 흐름이 강화된다.
    일본 다도, 베트남 사파 트레킹 등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예약이 증가했다.

  2. 치유형 웰니스 여행 - ‘골프 & 스파’, ‘스키 & 스파’ 패키지 검색량은 250~300% 증가.
    신체적 도전과 정신적 회복을 동시에 추구한다.

  3. 연결 중심 여행 - 팬덤, 스포츠, 음악 같은 ‘공유 경험형 여행’이 새롭게 부상한다.
    여행이 개인의 고립을 해소하는 사회적 복원력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시대의 정서적 반응이다.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의미 있는 피로”를 원하고, 그 해답을 여행이라는 감정적 의식에서 찾는다.


조용한 여행의 확산: ‘콰이어트케이션’과 디지털 디톡스

설원 속 온천에서 휴식하는 남성, 콰이어트케이션과 웰니스 여행을 상징
설원 속 고요한 온천에서 휴식하는 여행자. 콰이어트케이션의 상징적 장면. 출처: BBCNEWS 코리아

BBC는 2026년을 상징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콰이어트케이션(Quietcation)을 꼽았다.
끊임없이 연결된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연결을 끊는 여행을 선택하고 있다.
‘허스피털리티(Hushpitality)’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고요함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영국의 ‘언플러그드(Unplugged)’ 숙소는 휴대폰 없이 머무는 콘셉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예약 고객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스웨덴의 ‘스카네 고요 지도’처럼 소음 수치로 여행지를 분류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 흐름은 여행을 감각의 축소가 아닌, 정신의 확장으로 해석하는 시도다.

기술의 시대일수록, 인간은 침묵을 원한다.
AI 여행이 ‘효율의 극대화’라면, 콰이어트케이션은 ‘소음의 최소화’다.
2026년 여행은 이 두 흐름의 긴장 위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


초개인화의 시대: 감정이 설계하는 맞춤 여행

모두가 같은 관광지를 찾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여행은 “개인의 감정 상태에 맞는 설계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BBC는 이혼 극복 여행, 슬픔 회복 여행, 갱년기 휴양 등 ‘인생의 전환점’에 맞춘 여행 상품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는 이런 흐름을 정교하게 보조한다.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감정·취향·건강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여행지를 제안한다.
즉, 기술이 감정을 측정하고, 감정이 기술을 선택하는 시대다.

이 초개인화 흐름은 여행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
거대 여행사가 아닌, 개인 스스로가 자신의 경험을 프로그래밍한다.
이제 여행은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데이터로 번역된 감정의 여정이다.

문화적 영감의 회귀: 책과 영화가 이끄는 여행

스페인 콘수에그라의 풍차 언덕 전경, 문학 속 배경을 따라가는 세트 제팅 여행지
문학 속 배경을 따라 떠나는 여행지, 스페인 콘수에그라의 풍차 언덕. 출처: BBCNEWS 코리아

여행의 마지막 키워드는 ‘세트 제팅(Set-Jetting)’, 즉 영화나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여행이다.
BBC는 ‘북톡(BookTok)’ 열풍과 함께 문학적 상상력이 여행 동기로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 포터 TV 시리즈 촬영지 콘월, 영화 폭풍의 언덕의 배경인 요크셔 무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로 주목받는 그리스까지.
문화적 텍스트가 여행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현실 도피가 아니라 정신적 회복의 한 방식이다.
허구의 세계로 떠나는 것은, 현실을 더 명확히 보기 위한 인간의 본능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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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기술은 설계하고, 인간은 이유를 찾는다

2026년 여행의 본질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의식의 회복이다.
AI가 효율을 담당한다면, 인간은 의미를 담당한다.
기술이 여행의 경로를 최적화할수록, 인간은 그 안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이유’를 발견하려 한다.

결국, 여행의 미래는 ‘데이터의 정확도’보다 감정의 해석력에 달려 있다.
AI는 지도를 그리고, 인간은 그 길의 의미를 채운다.
2026년의 여행은 기술이 만든 여정 위에서 인간이 다시 자기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