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밀가루 시장에 다시 ‘담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6년에 걸친 가격·물량 합의 의혹, 5조8000억 원 규모의 관련 매출, 그리고 20년 만에 검토되는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이번 밀가루 담합 사건은 단순 제재를 넘어 시장 구조와 물가에 대한 신호로 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2월 19일, 7개 제분사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하며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심사보고서는 위법 행위와 조치 의견을 담은 문서로, 최종 판단은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숫자다. B2B 시장 점유율 88%, 담합 관련 매출 5조8000억 원, 과징금 최대 20%. 여기에 공정위 20년 만 가격 재결정 명령 검토라는 제도적 카드까지 더해지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 밀가루 진열대 모습, 밀가루 담합 사건과 공정위 가격 재결정 명령 논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1. 6년간 이어진 밀가루 담합 사건, 무엇이 문제였나

공정위에 따르면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합의한 것으로 판단됐다.

대상 기업은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 등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국내 밀가루 B2B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약 88%에 달한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를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 담합) 및 제3호(물량 배분 담합) 위반으로 보고 있다. 가격과 물량을 동시에 합의한 경우 경쟁 제한 효과가 크다고 평가된다.


2. 5.8조 매출과 과징금 1조 가능성의 구조

이번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산정된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 원이다. 현행법상 공정위는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1조 원을 넘는 과징금도 가능하다. 다만 ‘최대 20%’는 법적 상한일 뿐이며, 실제 과징금은 위법성의 정도와 감경·가중 사유를 반영해 전원회의에서 확정된다.

과징금은 과거 행위에 대한 제재다. 그러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와 미래에 걸친다. 기업의 가격 전략과 거래 관행 전반에 재조정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3. 공정위 20년 만 가격 재결정 명령, 무엇이 다른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가격 재결정 명령이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과징금과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 부과 의견을 포함했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다시 산정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다. 기업은 일정 기간 내에 판매가격을 재산정하고 그 근거를 보고해야 한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 약 5% 수준의 가격 인하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다만 해당 명령은 요건이 엄격하다. 담합 효과가 심의 시점까지 지속되고 있어야 하며, 정부의 가격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실제 발동 여부는 전원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


4. B2B 88% 구조와 소비자 물가의 연결고리

밀가루는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식품 제조사에 공급되는 원재료다. 그러나 라면, 빵,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B2B 시장의 88%를 차지하는 사업자들이 가격을 합의했다면, 원재료 가격 신호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압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최근 설탕 담합 사건에서도 공정위가 높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민생과 직결되는 품목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5. 향후 절차와 핵심 변수

현재는 심사보고서 송부 단계다. 피심인들은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 열람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전원회의에서 담합 여부, 과징금 규모, 가격 재결정 명령 부과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일부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형사 절차도 병행되고 있다.

최종 결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실제 과징금 수준과 가격 조정 여부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결정 이후에야 구체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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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처벌을 넘어 경쟁 질서의 문제

이번 밀가루 담합 사건은 단순히 과징금 1조 가능성에만 초점을 둘 사안이 아니다. 핵심은 공정위가 경쟁 질서 회복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있다.

과징금은 과거에 대한 응답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현재 시장 구조에 대한 직접 개입이다. 두 수단이 동시에 논의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상징성이 크다.

트렌드는 사라져도 구조는 남는다. 이번 사건은 한국 식품 원재료 시장의 경쟁 구조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다. 전원회의 결정이 단순 제재를 넘어 시장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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