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9일, 토요타가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센추리 쿠페’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신차 발표가 아니다. ‘센추리’라는 모델명을 브랜드로 독립시키며, 렉서스를 넘어서는 최상위 하이엔드 전략을 공식화한 사건이다.

센추리는 오랜 시간 일본 내 고위 관료 차량으로 자리 잡은 세단이었다.
그러나 토요타는 이를 2도어 럭셔리 전기 쿠페로 재정의하면서, ‘센추리 = 세단’이라는 공식을 깨뜨리고 브랜드 전체를 새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전동화 흐름 속에서 토요타가 선택한 고급차 전략은 전통과 기술, 철학이 결합된 ‘일본식 럭셔리’의 선언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다 회장이 센추리 쿠페 콘셉트카와 함께 프레젠테이션 중인 모습
토요타 아키오 토요다 회장이 센추리 쿠페를 소개하며 브랜드 독립을 선언했다. 출처: 지디넷코리아

센추리는 더 이상 모델명이 아니다

1967년 첫 출시된 ‘토요타 센추리’는 오랫동안 일본 내 관용차의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모빌리티쇼에서 토요타는 기존 센추리 세단을 넘어서 쿠페, SUV, 스포츠 버전(GRMN)까지 포함한 브랜드 독립 구조를 선언했다.

토요타 센추리 브랜드의 다양한 라인업 콘셉트(쿠페, SUV, 세단 등)
토요타는 쿠페를 포함한 다양한 센추리 파생 모델을 공개하며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출처: 지디넷코리아

이는 렉서스가 커버하지 못하는 궁극적 맞춤형 프리미엄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센추리는 일본의 정신과 자부심을 담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셉트카, 그러나 메시지는 확고하다

이번에 공개된 센추리 쿠페는 2도어, 2인승 구조의 전기 콘셉트카다.
정확한 양산 일정이나 시장 출시 여부는 미정이지만, 제품 설계에는 토요타의 미래 럭셔리 전략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 60겹 이상의 오렌지 도장: 빛의 각도에 따라 색감이 변화하는 고급 마감  
  • 목재 시트 후면 / 우드 콘솔 / 붉은 레이저 월: 전통성과 미래성의 결합  
  • 쇼퍼드리븐 구조: 뒷좌석 탑승자 중심 설계  
  • 아날로그 시계, 디지털 계기판, 천연 가죽 + 스웨이드 조합
오토헤럴드는 이를 ‘움직이는 아트 오브젝트’라고 평가했다.

센추리 vs 렉서스: 브랜드 포지셔닝이 달라졌다

센추리와 렉서스는 모두 토요타의 프리미엄 라인업이다.
그러나 렉서스는 여전히 글로벌 대중 럭셔리를 지향하는 반면, 센추리는 완전 맞춤형(Custom-Made) 기반의 초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 렉서스: SUV 중심 / 전동화 실험 / 라이프스타일 확장
  • 센추리: 고정된 하이엔드 / 일본 전통 기반 / ‘원 오브 원’ 전략
토요타는 이 브랜드 이원화를 통해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에서의 경쟁 구조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를 직접 겨냥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식 럭셔리의 정의는 무엇인가

센추리는 일본 장인정신(모노즈쿠리)고유한 미학 요소를 결합한다.
단순히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정제된 경험의미 중심 설계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 봉황 엠블럼: “세계가 평화로울 때만 나타나는 새”를 상징
  • 니시키오리 직물: 일본 전통 직조 기술
  • 디자인의 절제와 공백: 서양의 호화로움과는 다른 미니멀 기반 미학
이러한 요소는 토요타가 전달하고자 하는 ‘럭셔리 = 감각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럭셔리 = 문화와 정신의 총합’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기차 시대, 하이엔드의 새로운 흐름

토요타는 전동화 기술 + 일본적 정체성이라는 조합을 통해 하이엔드 전기차 시장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하려 한다.
센추리 브랜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중심으로 정숙성과 감성 품질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통적 고급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전환하는 동안, 토요타는 전동화를 전제로 한 정체성 확립에 먼저 나선 셈이다.


인사이트: 브랜드보다 브랜드의 철학이 중요해졌다

‘센추리 쿠페’는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니다.
토요타가 고급차를 바라보는 철학, 그리고 브랜드를 설계하는 방식의 변화를 상징한다.

렉서스가 ‘기능 + 감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라면, 센추리는 ‘가치 + 의미’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나 소재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럭셔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토요타의 새로운 대답일 수 있다.

하이엔드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다변화되는 지금, 토요타는 ‘일본식 럭셔리’라는 카드를 브랜드 전체로 내밀고 있다.

그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