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의 대인 관계, 가정 내 갈등, 혹은 내면의 불안까지 감정은 일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한다.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에서는 감정 조절을 단순한 성격 특성이 아닌 '훈련 가능한 기술'로 본다. 특히 '억제(suppression)'와 '재해석(reappraisal)'이라는 두 전략은 감정 조절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심리적•생리적 결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 조절을 감정을 억누르는 것으로 오해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험과 임상 데이터를 보면, 억제보다는 평가와 해석 중심의 전략이 오히려 감정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한다는 결과가 반복된다. 이 글은 감정 조절의 두 가지 전략을 비교하고, 그것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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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은 일상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출처: Unsplash |
감정 조절의 필요성과 사회적 전제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사회적 역할 속에서 감정을 절제할 것을 요구받는다. 직장에서의 긴장, 가족 내 역할 갈등, 사회적 기대 등은 감정을 무조건 표현하기보다 '관리'할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방식은 종종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억제된 감정은 신체화 증상으로 전환되거나, 반복적으로 누적되어 정서적 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정 조절은 단지 표정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내면의 생리적 반응과 인지 구조를 조율하는 일이다.
억제 전략의 한계: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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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제 전략은 종종 생리적 긴장을 유발한다. 출처: Pixabay |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James J. Gross)는 감정 억제 전략의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억제한 집단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집단에 비해 심박수, 피부 전도 반응 등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이 오히려 더 증가했다.
즉, 감정을 겉으로는 조용히 통제하고 있는 듯 보여도, 뇌와 몸은 과잉 각성 상태에 놓이게 된다. 감정을 숨기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서적 고립과 신체적 소진을 유발할 수 있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날 뿐이다."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장원 (정신의학신문, 2021)
재해석 전략의 힘: 감정 발생의 구조에 개입하기
'재해석' 또는 '인지적 재평가' 전략은 감정을 일으키는 해석의 단계에 개입하는 방법이다. 이 전략은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 감정을 일으키는 인지적 틀을 전환시킨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의 지적을 '공격'이 아니라 '성장 피드백'으로 재해석할 때, 분노는 흥미나 호기심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는 감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방향성을 변화시키는 조절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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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해석 전략은 감정을 전환하는 데 효과적이다. 출처: Unsplash |
또한 뇌과학적으로도 재해석 전략은 전두엽(이성적 판단)과 변연계(감정 반응) 간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복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개발 가능한 능력으로 평가된다.
회복탄력성과 감정 훈련: 훈련으로 길러지는 능력
감정 조절은 타고나는 성향보다 후천적 훈련의 영향이 크다. 미국심리학회(APA)는 회복 탄력성 훈련 요소 중 하나로 '감정 인식과 해석' 능력을 강조한다.
관련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활동이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 감정 일기 쓰기: 감정의 흐름을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게 돕는다.
- 자기효능감 강화: 작은 성공 경험을쌓으며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운다.
- 사회적 지지 연결: 감정을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망이 회복의 핵심 역할을 한다.
- 감정 명명(Naming): '나는 지금 불안하다'처럼 감정에 이름 붙이기만 해도 감정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생물학적 접근: 편도체와 세로토닌
감정 조절은 심리적 훈련뿐 아니라 뇌 기능과 신경전달물질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구성심리상담센터는 감정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요소로 편도체와 세로토닌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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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조절은 뇌의 구조와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출처: Unsplash |
- 편도체(Amygdala): 공포, 분노 등의 감정을 빠르게 유발하는 뇌 부위. 과도한 활동은 감정 폭발로 이어진다.
- 세로토닌(Serotonin): 감정 안정에 기여하는 신경전달물질. 긍정적 사고와 연결된다.
감정 조절을 위한 일상 실천은 뇌의 가소성에 영향을 미치며, 감정 반응을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곧 감정 조절 능력도 근육처럼 단련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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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감정은 '참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곧 감정을 '인식하고 해석하며 대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억제'는 외형적 통제에 불과한 반면, '재해석'은 감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내면적 전략이다.
감정 조절 전략은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뇌 과학과 심리학적 근거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자신만의 감정 조절 방식을 찾기 위해선 억제보다는 재해석, 판단보다는 관찰, 감정 억눌림보다는 감정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감정 조절은 후천적 기술이다.
그 기술은 오늘 당신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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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 조절은 실천 가능한 기술이다. 출처: Unsplash |
📌 참고자료
- 구성심리상담센터 - 감정의 비밀 스물 일곱_다양한 감정 조절 훈련방법
- 정신의학신문 - 감정을 잘 조절하는 방법은?
- 정신의학신문 - 감정 그까짓 거, 뭐가 중요한데? - 내 감정과 친해지는 법
- 브런치 - 감정조절의 기술, 마음챙김
- 코스미안뉴스 - 후천적 회복력의 시대: 회복탄력성,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면책 문구: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감정 문제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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